[앵커]
아는 기자, 아자 외교안보국제부 정다은 기자 나왔습니다.
[질문 1] 무선 호출기, 일명 '삐삐' 수천 대가 레바논에서 동시 다발로 폭발했어요. 첩보 영화에서나 볼법한 이른바 '삐삐 테러'가 현실에서 벌어졌는데, 어떻게 가능했던 건가요?
호출기에 미리 폭발물을 심어놨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레바논은 이번 공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는데요.
뉴욕타임스는 "레바논으로 수입된 대만 기업 호출기 배터리 쪽에 이스라엘이 약 30~60그램의 폭발물과 원격 작동 스위치를 심어놨다",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미리 심어놓은 폭발물을 약 1시간 동안 원격으로 작동시켰다는 겁니다.
AP통신은 호출기 오류로 진동이 발생해 사용자가 이를 멈추려고 버튼을 누르다가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사건 초기라 정확한 경위는 조사해 봐야 알 수 있는데, 외신들은 올해 초 레바논으로 수입된 수천 개의 호출기에 폭발물이 심어진 것으로 보고 있고, 이 폭발물은 스캐너 등으로도 미리 감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직까지 이스라엘 측에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요.
만약 이스라엘 소행이 맞다면, 이번 공격을 통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경고를 한 셈입니다.
[질문 2] 아무리 동시 다발 공격이라지만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걸까요?
네, 현재까지 사망자 11명, 부상자도 3천 명 가까이 됩니다.
그만큼 공격이 치밀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폭발 직전 헤즈볼라 지도부가 보낸 것처럼 보이는 메시지가 호출기에 수신됐고, '삐'소리가 났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원들이 메시지를 확인하던 중 폭발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그래서 피해자 대부분 손이나 복부, 얼굴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폭발 위력도 상당했습니다.
사상자에 헤즈볼라 대원뿐만 아니라 폭발 당시 주변에 있던 대원의 가족도 포함될 정도였습니다.
[질문 3] 그런데 21세기에 왜 무선호출기를 쓰고 있었던 건가요?
이스라엘의 위치 추적을 막기 위해 헤즈볼라 대원들은 휴대전화 대신 무선호출기를 이용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스라엘은 과거에도 하마스 주요 인물의 휴대전화를 폭발시켜 사살한 적도 있는데요.
이런 문제 때문인지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올해 초,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휴대전화와 달리 무선호출기는 GPS 추적이나 도청이 불가능한데요.
헤즈볼라가 무선호출기를 대량으로 주문하자 이스라엘이 공격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4] 그럼 앞으로 중동 정세는 어떻게 되는건가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낸 만큼, 보복 공격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 얘기 들어보시죠.
[인남식 / 국립외교원 교수]
"이스라엘이 공격하면서도 항상 헤즈볼라 원점 타격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민간인들도 많이 다치거나 죽었거든요. 그래서 기존의 공격보다는 조금 수위가 높은 형태의 반격은 아마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번 사고로 망가진 통신체계를 구축하는 동안 조직원들 간 소통이 어려워져 당장 움직이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모두 서로에게 공격을 예고한 상황에서, 중동 지역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아는기자 외교안보국제부 정다은 기자였습니다.
정다은 기자 dec@ichannela.com